캐나다내 오일 파이프라인 건설 공약으로 보는 차기 총리 선택

캐나다는 막대한 양의 원유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캐나다 오일 파이프라인이 남쪽, 즉 미국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과, 캐나다 자체적으로 동서 방향의 파이프라인 건설은 왜 어려운지, 그리고 다가오는 선거의 주요 후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왜 캐나다의 오일 파이프라인은 미국으로 향하는가?

캐나다의 주요 원유 생산지인 앨버타는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해상 운송을 위해서는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상, 가장 가깝고 효율적인 경로는 남쪽의 미국으로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 중 하나이며, 캐나다와 오랜 에너지 무역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현 USMCA)은 이러한 교역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고, 캐나다는 미국의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로 자리매김하며 파이프라인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미국 방향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더욱이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원유, 특히 앨버타 오일샌드에서 추출되는 원유는 점도가 높은 중질원유(heavy crude)입니다. 

미국 남부, 특히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멕시코만 연안에는 이러한 중질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대규모 정유 시설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대신 안정적인 캐나다산 원유를 선호했던 미국의 수요와, 정제 인프라가 부족했던 캐나다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캐나다 동서 방향 파이프라인 건설의 타당성과 문제점

캐나다 자체적으로 동서 방향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태평양 연안으로 이어지는 트랜스 마운틴 확장 프로젝트(Trans Mountain Expansion, TMX)와 대서양 연안까지 연결하려 했던 에너지 이스트(Energy East) 프로젝트입니다.

트랜스 마운틴 확장 프로젝트는 앨버타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밴쿠버 항구까지 기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여 아시아 시장으로의 원유 수출 다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이는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지정학적·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특히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현재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을 통해, 많지는 않지만 서쪽항구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가 수송되고 있습니다.

한편 에너지 이스트 프로젝트는 앨버타에서 퀘벡과 뉴브런즈윅을 거쳐 대서양까지 연결하여 유럽으로 수출하려던 대규모 계획이었으나, 퀘벡 주 정부와 환경 단체의 강력한 반대, 그리고 경제성 논란으로 인해 2017년에 공식 취소되었습니다. 

퀘벡 주는 파이프라인이 세인트로렌스강 유역을 지나 수질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으며,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는 지역적 특성상 화석 연료 기반 인프라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컸습니다. 

또한 연방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역 이익 부족을 느껴 정치적 자주성을 강조한 측면도 있습니다. 

비록 2022~2024년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감소로 인해 재검토 논의가 조용히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퀘벡의 반대가 큰 걸림돌입니다. 

원주민 커뮤니티 역시 사전 협의 부족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반대했으며, 환경 단체들은 기후 변화에 역행하는 프로젝트라며 전국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이처럼 캐나다 자체적으로 동서 방향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지리적 어려움 외에도 환경 문제, 원주민 권리, 주 정부 간의 이견, 그리고 경제성 확보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마크 카니(자유당) vs. 피에르 폴리에브(보수당)의 오일 파이프라인 공약

다가오는 캐나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소 중 하나는 각 정당 대표의 에너지 정책, 특히 오일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한 입장입니다. 현재 주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자유당의 마크 카니 대표와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마크 카니 대표는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의 균형을 강조하며,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개발을 지지하며,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해서는 환경적 영향 평가를 철저히 수행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카니 대표는 캐나다의 에너지 자원을 국제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중요시하지만, 이를 위한 인프라 개발은 환경 보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자유당의 기본적인 기조인 환경 보호와 녹색 에너지 투자를 반영하는 동시에, 기후금융 및 국제 협력 전문가로서의 그의 전문성을 더한 행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카니 대표의 정책은 환경 보호를 우선시하며 신중하게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권자들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피에르 폴리에브(Pierre Poilievre)

반면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캐나다의 에너지 산업 강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외국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파이프라인 건설 및 확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자유당 정부가 파이프라인과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건설을 막아 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높였다고 비판하며,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규제를 완화하여 투자와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폴리에브 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보수주의 전통을 매우 강하게 따르는 그의 정치적 성향과, 자유시장경제, 작은 정부, 규제 완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그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현시점에서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산업 확장 및 규제 완화 정책과 유사한 방향성을 보이며, "미국과의 에너지 통합 강화"도 강조합니다. 

폴리에브 대표가 총리가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Keystone XL 파이프라인 재추진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주 간 여러가지 규제로 인해 캐나다 내 파이프라인 건설보다, 미국으로의 파이프라인 확장건설이 더 빠른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론: 후보선택은 신중해야합니다.

캐나다의 에너지 정책, 특히 오일 파이프라인 건설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정치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마크 카니 대표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우선시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반면,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과 에너지 독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는 유권자의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달려 있습니다. 환경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마크 카니 대표에게,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신다면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각 후보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캐나다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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